컬럼

<건강칼럼> 암환자 배우자, 환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암환자, 배우자에게 걱정 원하지 않고, 감정 감추려
서로 이야기 꺼내고 정서적 지지 받아야

 

한국헬스경제신문 | 안석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암 환자에게 솔직해지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사항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거나, 무엇을 전하고 어떻게 반응하면서 이야기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거나, 배우자에게 암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뭔가 충격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싫기 때문이거나, 지지해야 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감정 요동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암 환자가 자신의 속내를 감출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암 환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답을 천천히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환자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으니 배우자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은 마음 때
문일 것이다. 둘 사이에 의견이 일치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또 생각이 바뀌면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명심할 것은 의사소통이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큰 지지가 된다는 사실이다.


암 환자 배우자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첫째, 암 환자에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이 잘될 거야.” 하는 식의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우자는 응원하려는 마음에서 하는 것일 테지만 안 그래도 심경이 복잡한 암 환자는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암에 대해 “무섭다.”,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고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둘째, 암 환자가 배우자에게 “‘내가 두렵다.’라고 당신에게 이야기했을 때 당신이 ‘걱정하지마. 다 잘될 거야.’라는 식으로 답했지. 아마 당신은 내가 걱정할까 봐 나를 위해서 그렇게 말했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두렵다’고 이야기했을 때 당신에게 정말 바라던 것은 나를 껴안아 주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당신도 때로는 걱정된다고 이야기해 주길 바랐던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주제가 있다면 그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서로의 바람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할수록 두 사람의 유대는 점점 더 강화된다. 서로 일상생활이나 진료와 치료 선택 등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할 때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면 할수록 서로 공유하는 경험이 늘어나고 멀어지지 않게 된다. 오늘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해 두는 것도 좋다. 그리고 나중에 준비가 되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사람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친구나 가족, 친지가 이전만큼 연락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환자가 많다. 심지어 몇몇은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호소한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데다가 병과 긴 싸움을 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관계가 주는 힘겨움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 암 환자나 배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계를 끊을 것이 아니라 친구나 가족, 친지에게 먼저 자신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은 인연을 끊으려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마음 상하는 이야기를 하게 될까봐 두려워 연락을 안 하는 것일 수 있다.

 

혹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연락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전화해서 “한동안 우리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나대로 정신이 없었고 너도 아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내가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안 했을 듯싶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반대 입장이라면 나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또는 “때로 병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친구나 가족, 친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거나 바쁜 것은 아니다. 나는 네가 가끔씩 연락해 주면 좋겠다. 또 나도 연락해서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암 환자를 병원에 혼자 두어야 할 때
암 환자를 병원에 혼자 두고 외출을 해야 할 일도 생긴다. 그때 배우자인 나는 ‘언제 함께 집으로 갈 수 있을지?’ 혹은 ‘집으로 갈 수는 있는 것인지?’ 다소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병원을 나서게 된다. 자신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접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혼자 병원에 남겨진 암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약간의 다과가 마련된 모임도 제공한다. 또 암 환자가 알아야 할 정보도 교육한다. 암 환자가 이런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 암 환자는 물론 그 배우자인 나도 조금은 짐을 던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꼭 함께 있는 것만이 배려이고 돌봄이 아니다. 때로는 환자와 배우자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배우자 역시 스스로를 돌보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대화 하나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의사소통을 멈추지 않으며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