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앉아있다가 뒤로 누울 때, 누워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때 갑자기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낀다. 천장이나 벽이 회전하거나 바닥이 위로 솟구치는 증상도 경험한다. 어지럼이 오래 유지되지는 않지만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증상이 반복된다. 구역감이 동반되고 심하면 구토를 하게 되며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난청, 이명, 통증 등의 증상은 동반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뇌의 문제가 아닌 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석증(耳石症)일 확률이 높다. 이석증은 모든 어지럼증의 약 30~40%를 차지하는 흔한 병이다. 다행히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간단해 적절한 물리치료만으로도 회복된다
이석은 실제 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탄산칼슘 덩어리다. 미세 탄산칼슘 덩이가 제자리를 이탈해 반고리관에 들어가 생긴다.
반고리관은 내림프액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다. 이곳에 이석이 들어가면 머리를 움직일 때 이석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림프액이 출렁거리게 된다. 비정상적인 내림프액의 흐름은 평형감각을 자극해 가만히 있을 때도 심한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이석증의 정식 명칭은 ‘양성돌발체위변환현훈(BPPV)’이다. ‘양성(陽性)’은 심각한 귓병이나 뇌질환이 없는 데도 어지럼이 발생한다는 의미이고 ‘돌발(突發)’은 갑자기 증상이 발생했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발작성을 뜻하며 ‘현훈(眩暈)’은 어지럼 양상 중 빙글빙글 도는 상태를 뜻한다.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종종 외부 충격, 골밀도 감소, 바이러스 감염,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이석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50대 이후에 더 자주 발생한다.
이석증은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이면 저절로 없어지지만 치료하면 훨씬 빨리 좋아진다. 이석증 진단 방법은 병력과 이학적 검사다. 이학적 검사는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안구의 반사적인 비정상적 움직임(안진)을 관찰하는 체위안진 검사로 확인한다.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로 치료한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제 위치인 난형낭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과 머리를 일련의 방향과 각도로 움직이며 치료한다. 치료 시간은 약 15분으로 통증은 없다. 대개 2~3회 치료로 90%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하지만 이석증은 재발이 잦은 편이다. 5년 내 재발률은 33~50% 수준이다. 이석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평소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골대사와 혈액순환을 증진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을 준수하면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석정복술을 여러 번 시행해도 잘 낫지 않을 땐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특정 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하는 ‘습관화운동’을 한다. 또 몇 달 동안 치료해도 낫지 않는 난치성 이석증은 반고리관을 막는 반고리관폐쇄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비타민 D 결핍이 이석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 자주 햇볕을 쬐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