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원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통합진료학과 교수
항암 치료 중인데 치과 치료, 특히 아픈 치아를 발치할 수 있나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유방암 치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치과적인 문제로 불편감을 호소하는 유방암 환자가 적지 않다. 유방암 환자들이 치아 관리를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항암 치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전신 면역 상태가 저하되고, 평소에는 증상이 없었더라도 만성 질환이 내재되어 있던 치아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잇몸병 증상이 심해져서 급성 염증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항암 치료 중에 입안의 점막이 헐게 되면 심한 통증을 겪게 될 수 있으며, 음식 섭취가 어려워지고, 구강 내에 병소로 인한 세균이 많은 경우 2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암 환자는 특히 더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주사를 맞으면 악골괴사가 생긴다던데, 어떤 병인가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 들어 이슈가 된 악골괴사 발생을 들 수 있다. 유방암으로 골 전이가 발생한 경우, 골 전이를늦추고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약물들이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 등 뼈와 관련된 주사제들은 암 치료 면에서는 매우 좋은 약물이지만, 매우 드물게 치과 치료, 특히 발치를 하게 된 이후 턱뼈에 염증이 지속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발치를 하지 않았어도, 뼈 관련 주사제를 맞는 경우 이미 염증이 있는 치아 주변에서 저절로 괴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악골괴사 유병률은 국내 5개 종합병원의 공동 연구에서 0.04%로 추산되나 종양 환자에게 골흡수억제제나 혈관신생억제제를 투여하면 유병률이 1.86%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치과 치료 전, 특히 발치나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치과 의사에게 유방암 환자임을 알리고, 골 전이 치료 약물을 투여받았다고 말해야 한다.
유방암 환자가 골다공증이 생기면 악골괴사가 생기나
골다공증 관련 악골괴사도 문제이다. 골 전이가 되지 않은 유방암 환자라 할지라도, 항암 치료 이후, 특히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를 투여받는 환자인 경우에는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암과 관련이 없더라도 골다공증을 치료하기 위해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을 투여받을 수 있고, 이런 상황 역시 악골괴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008~2018년 사이 골다공증으로 진단을 받고, 경구용 또는 주사용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을 투약한 이력이 있는 환자(50대 이상) 대상 연구에서 치과 치료 경험이 있는 골다공증 투약 환자는 약을 쓰지 않은 골다공증 환자에 비해 약물 관련 악골괴사의 발생이 4.6배 더 높았다. 치과 치료 종류별로 보면 발치가 약물 관련 악골괴사발생과 상관도가 가장 높았고, 기타 구강악안면외과적 수술, 치주 치료의 순으로 상관도가 나타났다.
악골괴사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암 치료 시 악골괴사 등 여러 치과적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치아 건강을 유지하여 발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치아를 발치하게 되는 질환은 크게 충치(치아우식증)와 풍치(잇몸병, 치주염)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충치는 치아 상부(저작 면), 치아와 치아 사이(인접면), 그리고 뿌리에 발생하는 충치로 나눈다.
저작면과 인접면에 발생하는 충치는 주로 어렸을 때부터 20대까지 발생하고, 뿌리에 발생하는 치아는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충치는 진행 정도에 따라 간단한 치료로 마무리할 수 있는 초기 충치부터, 신경 치료를 해야 하는 충치, 발치를 해야 할 정도로 진행된 충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극심한 통증으로 “이가 아파서 잠을 잘 못잤다.”, “차가운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아프다.”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충치로 고생하는 경우다. 이에 비해 잇몸병(풍치)은 급성 증상이 아닌 만성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초기 잇몸 질환인 경우 평소에는 크게 불편한 것이 없는데, 양치질할 때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부어 있거나, 입냄새가 조금 나는 정도이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방치하게 되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씹을 때 아픈 증상이 나타나고, 잇몸이 심하게 붓고 고름이 나오는 중등도 이상의 치주염으로 진행한다. 잇몸병은 30~40대부터 구강 위생 관리, 정기적인 스케일링 등 관리를 받지 않으면 계속 진행되고, 결국 치아를 받치는 뼈(치조골)가 녹게 되면 발치를 해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로 이어진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충치 하나 없는 튼튼한 치아를 가지고 있다.”고 자만하던 사람도 치주 질환을 방치하게 되면 풍치로 인해 발치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충치가 하나도 없는 상태라도 마찬가지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