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료

[심층추적-비만치료제 혁명] (6) 비만약 건강보험 적용이 될까

보건당국, 시급한 정도에 따라 급여화 검토 중
고도비만 및 합병증 동반 환자 대상으로 단계적 급여 적용 검토
"비만 방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급여화가 유리"

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2024년, 인류의 질병과 의학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혁명이 시작됐다. 누구는 ‘21세기의 페니실린의 발명’이라 했다. 그것은 바로 ‘비만치료제’의 등장이다. 과거 비만 치료가 ‘의지력’의 영역이었다면, 현재는 ‘호르몬 조절’의 영역이 됐다. 그 중심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이 존재하고 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제2의 면역항암제’라 불릴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주사약에서 벗어나 영양제처럼 먹는 시대가 내년에 도래한다. 6회에 걸쳐 비만치료제 혁명을 다룬다. (편집자주)

 

비만치료제가 단순 미용을 넘어 심혈관 질환, 지방간, 당뇨 등에 대한 치료 효과까지 입증이 되고 점차 대중화 되면서 각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로 의료보험 적용 여부다.

 

우리나라의 비만치료제 급여화 논란은 ‘비만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공감대 속에 단계적 도입을 위한 조건 설정 단계에 와 있다.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단계는 넘은 것 같다. ‘어떤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본인 부담률로 해줄 것인가’의 구체적인 설계 단계에 진입해 있다.

 

‘고도비만(BMI 35 이상) 및 합병증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계적 급여 적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모든 비만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치료가 시급한 대상’부터 우선 급여 순위를 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실손보험의 경우는 현재 미용이나 단순 다이어트 목적의 비만치료제 처방은 보상하지 않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복합질환 치료 시 합병증을 명시한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 청구할 수 있다. .


현재 국내에서 마운자로 같은 글로벌 비만치료제를 구입하려면 용량에 따라 월 50만~100만 원이 든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내에 ‘고위험군 대상 선별 급여’ 형태로 보험 적용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비만치료제의 급여화에는 경제적 논리가 작용한다. 비만을 방치해 발생하는 연간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당뇨, 뇌졸중 등 합병증 치료비)을 고려하면, 초기 약값 지원이 국가 재정에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소아청소년 비만이 늘어나면서 평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뇨병 동반 환자도 고려 대상이다. 실제로 마운자로와 같은 약제는 2형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는 이미 급여 적정성 심사를 거치며 보험 적용 문턱에 와 있다.

 

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측면도 있다. 현재 약값이 월 수십만 원에 달해 저소득층 고도비만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이 적용되면 국가 시스템 내에서 처방과 관리가 이루어지므로,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투약을 오히려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반대나 신중한 입장을 가진 측에서는 건보 재정 타격을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설탕이 든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설탕세’를 도입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암이나 희귀질환 치료제도 예산 문제로 급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비만치료제를 우선하는 것이 맞느냐는 형평성 지적도 있다.

 

과거 대선 국면 등에서 언급된 ‘탈모 급여화’ 이슈처럼 어디까지를 질병 치료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까지는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등 최신 임상 데이터를 검토하며,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닌 ‘건강 지표 개선’을 기준으로 한 급여 가이드라인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미 2023년부터 보험 급여에 포함했고, 영국(NHS)과 미국(메디케어)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보장을 확대하고 있다.

 

 

비만은 약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약의 도움을 받아 살을 빼더라도 중단하면 빠른 속도로 다시 체중이 불어나는 게 문제다. 비만을 극복하려면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운동 요법을 병행하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급여화 논의에서도 식사·운동 상담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에 대한 부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진단과 평가·치료·사후 관리·교육을 하나의 통합 관리 모델로 묶고, 일정 기간마다 치료 효과와 순응도를 평가해 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를 도입하면 재정 효율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