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영화 '행오버'의 진실과 거짓

 

한국헬스경제신문 |  오동진 영화평론가

 

지난 연말, 숙취의 나날을 보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는 세태가 많이 바뀌었고 이른바 MZ세대는 회식을 ‘극혐’한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연말은 연말이었을 것이다. 연말이어서 한잔, 연초니까 한잔, 설날 연휴 전이어서 한잔 등등 아무리 그래도 살면서는 이런 모임 저런 모임, 술자리가 이어질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행오버>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인기와 흥행을 누렸다. 모두 세 편이 만들어졌는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2009년에 1편이 만들어진 후 2년마다 한 편씩 만들어졌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시리즈로 투자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에 엄청난 수익을 안겼다. 그 대가로 <조커>(2019)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조커>는 그해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타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24년에 무려 2억 달러(거의 3천억 원)를 들여 만든 속편 <조커: 폴리 아 되>는 워너에게 1억 달러이상의 손해를 안기며 흥행에서 참패했다. 이 일은 최근의 워너–넷플릭스 합병, 정확하게는 넷플릭스가 워너를 720억 달러(약 110조원)에 인수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년 후 워너 브라더스는 로고만 남고 회사는 없어질 것이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이 영화 <행오버>의 흥청망청 성공, 그‘숙취 아닌 숙취’의 결과일 수 있다. 세상일은 그 누구도 앞을 쉽게 예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숙취는 취기가 하루를 더 머문다는 뜻이다. 머무를 숙(宿)을 쓴다. 갈증은 기본이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두통은 당연히 구역질 끝에 구토를 불러오는 등 행오버를 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숙취를 앞에 두고 시쳇말로 별의별 짓을 다 해 댄다. 신체가 건강한 젊은이들은 콜라나 청량음료를 벌컥 들이켠 후 트림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보이곤 한다. 그건 한창때 아주 잠깐이나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콩나물국을 먹으러 간다. 어떤 사람들은 미역국을 먹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술을 한두 잔 더 먹기도 한다. 일명 해장술이다. 해장술은 체내에 새로운 알코올이 들어오면서 신체가 다시 알코올 대사에 집중하게 되어,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생기는 메스꺼움 등의 숙취 증상이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법이다.

 

숙취에 관한 한 만병통치약은 잠이다. 쉬는 것이다. 그러나 뒤틀리는 속이 잠과 쉼을 방해한다. 술에 취한다는 건 속이 체하는 증상과 겹치는 것인데, 오늘 술이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소화제를 하나 먹고 자는 것이 좋다…는 게 속설이다. 속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긴 한다. 그리고 다음 날에 가능하면 발 마사지를 받으며 순환을 북돋우면 숙취의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다. 뭐 이것도 다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이다. 그래도 소화제, 잠, 발마사지라는 3대 ‘원칙’을 잘 새겨 두시길 바란다.

 

술은 양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으로 속도의 문제이다. 너무 빨리, 한꺼번에 드링킹하면, 곧 들이켜면, 반드시 탈이 난다. 3분의 1잔씩 ‘잘라’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옛 어른의 말씀 중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영화 <행오버>는 사실 술만이 원인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친구의 결혼식 전날 고급 호텔(신랑의 장인이 엄청난 부자이다)의 스위트룸을 빌려 난장판 총각파티를 계획하는 데 당연히 술도 부어 댔지만 사실 그 술 속에 엑스터시…인 줄 알고 탔던 약물이,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위험한 약물이었던 것. 주인공들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약에 취한 것이 었는데 약물 이슈와 관련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한국에서는 개봉 과정에서 그 얘기를 마케팅에서 숨기려고 노력했던 게 사실이다.

 

술에 취한 건 복구가 가능하다. 약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술은 천천히 마실 것. 행오버 할 때까지 마시지 않을 것. 취해서 한바탕 노는 건 젊어서 한두 번에 그칠 것. 나이 먹어서 숙취에 시달리는 것은 수명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다. 만고의 진리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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