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김다희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조교수
음식을 먹을 때나 말을 할 때, 입안이 마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침’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단순히 음식을 부드럽게 삼키게 하는 것을 넘어, 구강 점막을 보호하고 세균 감염을 막는 등 입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침을 만들어 내는 기관은 ‘침샘’이다. 우리 몸에는 여러 침샘이 있는데 그중 귀 바로 아래쪽의 이하선(귀밑샘), 턱 아래쪽의 악하선(턱밑샘), 혀 밑쪽의 설하선(혀밑샘)이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멍울(혹)이 생길 수 있으며, 드물지만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침샘 종양,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
침샘 종양은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지만 귀밑, 턱밑 또는 뺨 부위에 멍울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큰 위해가 없는 양성이지만, 점점 커지거나 단단해지면서 얼굴 한쪽에 통증 혹은 마비가 동반된다면 위험 신호다. 특히 안면마비가 생겼다면 악성일 가능성이 높고, 종양이 신경까지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단은 목과 얼굴 부위를 촉진해 멍울의 위치와 크기, 단단한 정도를 확인한 뒤 초음파를 시행한다. 침샘암은 진행이 느린 편이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출발
침샘 종양 진단은 침샘뿐 아니라 주변의 림프절까지 함께 관찰하며 멍울의 특성을 평가한다. 종양이 의심되면 초음파유도하조직검사(세침흡인검사)를 시행해 세포를 분석하는데, 이 검사는 간단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침샘 질환의 진단 첫 단계에 널리 쓰인다. 확진이 내려지면 종양의 범위와 병기를 평가하기 위해 CT(전산화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영상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침샘 종양은 겉으로 보이는 크기보다 내부로 깊게 침범하는 경우가 있어, 다양한 검사를 종합해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양의 위치, 주변 신경과의 거리, 전이 여부 등을 파악해 최적의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치료의 기본은 ‘수술적 절제’
침샘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조직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이지만, 양성과 악성 모두 공통된 치료 원칙은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이다. 이하선 종양은 멍울이 위치한 이하선을 충분히 절제하는 것이 기본인데, 종양이 안면신경과 가까우면 수술 후에 도 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가느다란 안면신경이 당겨지거나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종, 혈종, 염증 등이 생기면 신경이 눌리거나 자극을 받아 일시적인 마비가 올 수 있다. 악하선 종양 또한 악하선 전체를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며, 수술 후 일시적으로 혀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움직임이 어색해질 수 있다.
수술 부위의 특성상 신경과 근육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적 절제 후에도 상황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 있으며, 치료 후에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침샘암 치료의 새로운 변화
최근에는 기능 보존과 미용적 결과를 동시에 고려한 최소 침습 수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침샘 종양 수술에서도 절개선 및 안면신경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용 수술 로봇을 활용하는 등 정교한 기법을 활용한다. 종양의 조직학적 특성과 기능적 손실 가능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연구도 활발하다. 안면마비 발생 위험이 높은 침샘암 환자에게는 중입자 치료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점차 정밀 방사선 치료가 확대 적용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수술 후 안면신경 기능 보존과 종양 제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치료 기술의 발전은 향후 침샘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조기 발견이 예후를 바꾼다
침샘암은 다른 두경부암에 비해 드문 편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주변 신경이나 조직으로 쉽게 번질 수 있다. 따라서 귀밑이나 턱밑에 멍울이 만져졌을 때 “좀 부은 것 같네.”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침샘 종양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며, 정기검진을 통해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전문 치료가 생명과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