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2024년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 50명에 대한 재판에서 익명과 비공개를 포기하고 매번 당당히 법정에 나와 증언한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74)의 회고록이 나온다.
정작 치욕을 느껴야 할 사람은 ‘그들’이지, 내가 아니라는 그의 메시지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인권을 위한 투쟁에 불을 지폈고, 그는 지구촌 모든 여성에게 용기를 준 ‘세계적 인물’로 우뚝 섰다.
지젤은 2024년 프랑스 여론 조사에서 세계 지도자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할 인물’로 선정되었다. 타임지는 ‘2025년 올해의 인물’로 커버스토리에 썼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국제여성의날을 기념해 ‘2025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에게 프랑스 최고의 민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그의 회고록이 17일 전 세계 22개 언어로 출간된다. 해외 언론들은 ‘올해 가장 주목되는 책’이라고 보도했다.
책 제목은 ‘삶의 기쁨’(La joie de vivre·영어 제목 A Hymn to Life)이다. 책 표지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Shame has to change sides’라는 말이 들어갔다. ‘치욕스런 당사자는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젤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간 지젤에게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모집한 남성들을 불러들여 지젤을 성폭행하게 하고 촬영했다.
아내 지젤에 대한 그의 범행은 상점에서 다른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돼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지젤에 대한 성폭행은 92건, 가담자는 72명이었고 50명이 재판을 받았다. 프랑스 전역을 충격에 빠지게 한 희대의 성범죄와 재판이었다.
아비뇽 법원에서 남편과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지젤은 성폭행 피해자의 익명보장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이름과 얼굴을 드러낸 채 아비뇽 법원에 출석해 범죄 피해를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공개 재판을 요청해 단숨에 프랑스 사회에서 ‘용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2024년 9월 첫 재판부터 12월 선고 때까지 매번 법원에 나갔고 프랑스 전역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집회가 열렸다. 많은 프랑스 여성들이 법원 앞에 모여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젤은 당시 “모든 피해 여성이 ‘펠리코도 해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를 원한다”며 “수치심은 가해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젤은 회고록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만약 스무 살 정도 어렸다면 비공개 재판을 거부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술회했다.
지젤은 “우리 세대의 여성들이 늘 감내해야 했던 그 지긋지긋한 시선들이 두려웠을 것”이라며 “일흔이 돼 더 이상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게 되면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옅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영문판 출판을 맡은 펭귄랜덤하우스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 써 내려간 놀라울 만큼 강력한 회고록은 변화와 연민,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책은 저항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고소개했다.
영문판 오디오북의 내레이션에 참여한 배우 엠마 톰슨은 “이번 회고록은 전 세계 여성을 위한 선물”이라며 “우리는 그녀가 보여준 용기에 온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