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내분비내과전문의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쉬운 뇌하수체 질환
흔히 두통, 월경 불순, 시야 장애 등이 나타나면 신경과나 부인과, 안과 등의 진료를 먼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증상은 내분비계 이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뇌하수체 질환’이다. 뇌하수체는 뇌의 정중앙 아래, 코 바로 뒤쪽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다. 크기는 콩알만큼 작지만 성장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성호르몬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고 조절한다. 만약 종양 등이 발생하여 뇌하수체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뇌하수체 부위에 발생하는 종양은 뇌하수체선종이 가장 흔하고, 이밖에 라트케씨낭종 및 두개 인두종 등이 있다. 이 중 라트케씨낭종은 발견이 쉽지 않지만 최근 영상검사 발달과 보편화로 진단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뇌하수체에 생기는 물혹, 라트케씨낭종
라트케씨낭종(Rathke Cleft Cyst)은 뇌하수체에 생기는 낭성 병변으로, 태아가 자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의 일종이다. 태아 초기 라트케낭이 뇌를 향해 자라나면서 뇌하수체 앞쪽 일부를 형성하고 퇴화하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남아 있거나 체액이 차면서 크기가 커진 것이 라트케씨낭종이다. 라트케씨낭종은 일반인의 12~22% 정도에서 발견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알아채지 못한다. 보통 건강검진 시 또는 두통 때문에 뇌 MRI 검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되며, 종종 뇌하수체 선종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가장 큰 증상은 앞쪽 두통
라트케씨낭종은 거의 증상이 없지만 낭종이 커져 주위 정상 구조물들을 압박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주로 머리 앞쪽이 아프고 눈이 빠질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뇌하수체 주위로는 시신경이 교차하는데 낭종이 시신경을 누르면 시력 저하, 시야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눈꺼풀, 안구 운동을 조절하는 3번, 6번 뇌신경을 압박하기도 하는데, 이때 눈꺼풀이 감기거나 복시 증상이 나타나기 도 한다. 낭종이 정상 뇌하수체를 누를 경우에는 호르몬 부족 또는 과분비가 나타날 수 있다.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월경 불순 및 무월경이 나타날 수 있고, 일부 호르몬의 과분비로 유즙 분비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요붕증을 동반하여 소변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거나 갈증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핵심
라트케씨낭종은 뇌 MRI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단, 라트케씨낭종은 뇌하수체선종이나 두개 인두종 또는 뇌하수체가 위치하는 터키안 내 발생한 지주막낭종과 모양과 증상이 유사하여 이들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다. 라트케씨낭종이 발견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별도의 치료 없이 정기적으로 낭종의 크기 변화와 증상 발현 여부 정도만 검사한다.
그러나 신경학적 검사에서 시야 장애 등이 확인되거나 호르몬 저하증이나 과분비가 있는 경우, 또는 크기 증가가 관찰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주로 코를 통한 경접형골 접근법을 이용해 낭종 안의 체액을 제거하며,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을 우려해 낭종 자체를 모두 제거하지는 않는다. 수술을 하는 일차적 목적은 임상 증상을 없애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술 후에도 뇌하수체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트케씨낭종을 포함한 뇌하수체 질환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대사증후군과 연관된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만성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두통, 시야 장애 등 뇌하수체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뇌하수체 질환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영상의학적 검사와 더불어 뇌하수체 호르몬 검사를 함께 받아 볼 것을 권장한다. 뇌하수체 질환도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