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책] 영화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김남금 저,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한국헬스경제신문 김기석 기자 |

 

김남금 작가가 지난해 10월 출간한 ‘비혼이 체질입니다’는 온전한 1인분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혼자라도 잘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마다 사는 모양이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방식’에 매몰되면 만족스러운 삶과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비혼 축하금이 결혼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제 의식으로 인해 틀어지기 쉬운 커리어, 출산과 양육이 내 행복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망설이며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는 이유는 나의 행복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가 다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이번에는 영화를 통해서다.

 

 

신간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은 처음부터 혼자거나, 아니면 결국은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영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서른 편의 영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비혼뿐만이 아니라 이혼, 질병, 사별 그리고 여러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 즉 외로움, 생계와 주거, 인간관계와 소외, 이웃과의 연대, 노후와 임종 등의 여러 가지 풍경을 보여준다.

 

30편 중 비교적 잘 알려진 영화 제목들은 이렇다.

 

‘다가오는 것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오베라는 남자’, ‘카모메 식당’,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스틸 앨리스’ ‘아무르’. ‘프란시스 하’, ‘그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머니볼’, ‘극한직업’, ‘비바리움’, ‘빨강머리 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라스트 미션’,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인생 후르츠’, ‘남과 여:여전히 찬란한’. ‘코코’ ….

 

영화잡지 ‘씨네21’의 이다혜 기자는 추천사에 ‘어른이 되기란 어렵고 꼰대가 되기는 쉬운 나날을 쌓아가면서 유연하게 혼자를 돌보는 법을 이 책과 함께 상상한다’고 했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입과 몸과 삶을 빌려와 혼자서도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픈 사람에게 방향과 속도와 리듬을 찾는 이정표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펼쳐내는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서적 지원을 어디서 찾을지,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나이듦과 죽음에 어떻게 대비할지 등 지혜를 얻게 된다.

 

책에서 발췌한 부분들이다.

 

“한 번 이룬 가족 상태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 둘이 살다가도 혼자가 되고, 해로해도 두 사람이 같은 날 죽지 않는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병으로 먼저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혼자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나탈리 말 대로 삶이 끝난 게 아니다. 결혼 생활이 끝났을 뿐이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뿐이다. 즉, 혼자 살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혼자 사는 일은 스스로를 챙기며 사는 것이다. 장소만 옮겼을 뿐인데 그 방식이 달라진다. 혜원은 텃밭에서 자란 제철 채소로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제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시골집에 내려왔지만, 서울에서 살 때와 비교할 수 없게 자신을 잘 돌본다. 1인분의 삶을 잘 사는 것은 셀프 돌봄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혜원은 잘 살기 시작했다.”

 

“습관은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과 속성이 비슷하다. 습관은 대나무 같다. 처음에는 눈에 안 띄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 사람만의 도드라진 개성이 된다. 사치에가 보여주듯이 좋은 습관은 어려운 상황에서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좋은 습관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특히 홀로 삶을 꾸리는 이들이 무기력에 빠질 확률을 줄여준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영화와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온다고 한다. 배낭여행 1세대로 30개 국을 자유여행했다. 평범한 언니들의 내면 이야기를 다룬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에디터를 했고 글쓰기와 여행 인문학을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