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반려견과 반려묘의 유전질환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 반려동물 유전질환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KB 금융그룹의 2023년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반려견은 몰티즈(25.9%)이며, 뒤이어 푸들(21.4%), 믹스견(20.3%), 포메라니안(10.3%), 진돗개(5.6%), 시추(5.6%), 비숑프리제(4.5%) 순이다. 반려묘의 경우에는 코리안쇼트헤어(62.1%)가 1위, 다음으로 페르시안(15.0%), 러시안블루(11.9%), 샴(9.8%), 터키시앙고라(8.3%), 스코티시폴드(6.4%) 순이다.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 낸 반려동물 유전 질환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반려견과 반려묘는 믹스견과 코리안쇼트헤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순종 품종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반려동물 품종을 공급하기 위해, 근친 교배나 순종끼리 교배를 통해 반려동물을 생산하다 보니, 많은 반려동물들이 다양한 유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선호견 1위 몰티즈의 대표적인 유전 질환은 유루증과 슬개골 탈구이다. 유루증은 눈물관이 막히면서 눈물샘이 넘쳐 눈 아래에 갈색 혹은 붉은색의 눈물 자국이 빈번하게 생기는 질환이다. 슬개골 탈구는 고령 몰티즈와 푸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이다. 특히, 덩치가 작게 개량된 미니어처 푸들이나 토이 푸들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슬개골이 탈골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슬개골 탈구일 때는 슬개골이 위아래로 원활히 움직이도록 교정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푸들은 탈모, 가려움증, 각질 등에 시달리는 개체가 많은데, 이는 푸들의 흔한 유전 질환인 피지선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포메라니안의 슬개골 탈구나 골절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유전 질환이다. 포메라니안의 뼈가 약한 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종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소형화에 소형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슬개골 탈구는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는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포메라니안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절 질환을 앓고 있다. 또한, 수컷 포메라니안의 경우에는 유전적으로 잠복 고환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암 발생 확률이 10배 이상 증가하므로 수술을 해 줘야 한다. 


반려동물이 어떤 유전 질환에 걸릴지 알고 싶다면
2016년 8월, 유전 공학 기업인 디엔에이링크가 반려동물 유전 질환 검진 서비스(PetGPS)를 실시하면서, 수도권 지역 11개 동물병원과 함께 시추 77 마리의 혈액을 채취하여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녹내장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시추는 62.3%, 신장이형성증 유전자 돌연변이 시추는 51.3%에 달했다고 한다.


녹내장과 신장이형성증은 시추가 앓는 대표적인 유전 질환이다. 신장이형성증일 때는 저단백식이나 관련 영양제를 급여하고, 녹내장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안압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숑프리제의 대표적인 유전 질환은 당뇨인데, 다른 견종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편이다. 비숑프리제는 선천적으로 치주 질환에도 취약하므로 구강 위생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특정 반려견이 어떤 유전 질환에 더 노출될지 판단하는 정확한 방법은 DNA 테스트이다. 반려견과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싶다면 품종 동물의 부모 동물이 특정 질환 관련 검사를 받았는지 확인
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의 유전 질환에 대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순종 품종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동물이 어떤 유전 질환에 잘 걸릴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가장 선호하는 코리안쇼트헤어는 우리나라의 토종 고양이로 아메리칸쇼트헤어나 브리티시쇼트헤어 등의 명칭을 참고해 부르는 이름이기 때문에 한국 고양이로 부르는 게 적절하다.

 

코리안쇼트헤어는 공식 고양이 품종이 아니어서 국제고양이애호가협회나 국제고양이협회 등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코리안쇼트헤어는 특별한 유전 질환이 없는 편이지만, 다른 품종 묘들에 비해 심근비대증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페르시안의 공통적인 유전 질환은 특발성 지루증이다. 지루증이란 피부 땀샘에서 유분이 지나치게 많이 생성돼 모피에 축적되고 악취가 나는 질환이다. 또한 페르시안은 단두종이어서 코와 주
둥이 길이가 짧기 때문에 호흡기 관련 질병에 취약하며, 다낭성 신장 질환(신장에 물혹이 생겨 신부전으로 발전하는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러시안블루는 다른 품종묘에 비해 건강하고 유전병이 없는 편이지만 신장 기능이 다소 약하다. 따라서 음수량과 요로 질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샴고양이는 태국 품종으로 ‘샴’은 태국의 옛 이
름인 ‘시암’에서 온 명칭이다. 샴고양이의 대표적인 유전 질환은 아밀로이드증인데, 이는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많아져서 체내 여러 기관에 축적되는 질환으로 반려묘의 건강에 매우 치명적
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터키시앙고라는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 즉 홍채이색증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홍채 세포 DNA에 이상이 생겨 멜라닌 색소의 농도 차이로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흰색 털을 가진 터키
시앙고라 중에 오드아이가 유독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터키시앙고라 반려묘는 선천성 난청을 갖고 있다. 이 난청은 하얀털과 파란 눈이 결정되는 유전자가 청력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파란 눈동자를 지닌 흰털 오드아이 터키시앙고라의 경우, 대부분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코티시폴드의 경우에는 연골과 관절에 이상을 나타내는 골연골이형성증이라는 유전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이 질환은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로서는 대증요법 외
에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 따라서 유전병 검사를 통해 이 질환의 유전적 인자를 파악하면 관절과 관련한 보조제 급여와 정기적인 관절 검사를 예방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동물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반려동물이 갖고 있는 유전 질환을 미리 알려 주고 있다. 또 반려동물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해 주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
물 유전 질환은 발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증상이 나타나기전에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면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으며, 유전질환이 발병하더라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으므로 해당 검사를 잘 활용하면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유전 질환을 근원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심미 기준에 맞춘 품종 개량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