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이후장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동물의 IQ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견과 반려묘 중 어느 쪽이 더 똑똑할까?’ 혹은 ‘반려견과 반려견의 지능지수(IQ)는 얼마나 될까?’ 이런 의문을 한 번쯤 품었을 것이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면, 동물들의 지능지수(IQ)는 앵무새 30, 까마귀 40, 호랑이 45, 고양이 50, 개(보더콜리) 60, 돼지 65, 코끼리 70, 돌고래 80, 보노보 120 정도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개 IQ가 고양이보다 조금 더 높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동물들의 IQ를 어떻게 측정하였는지 측정 방법을 제시한 문헌이나 자료는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동물들의 IQ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터넷에서 화제로 떠오른 동물 IQ는 동물들의 행동을 인간의 연령별 행동과 비교하여 단순 환산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IQ는 언어 이해, 시공간 조직화 능력, 추론 능력,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등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므로 이를 동물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동물의 IQ 측정
동물의 IQ는 뇌의 무게, 체중 중 뇌 무게 비율, 뇌의 주름, 행동패턴 등을 조사하여 대체적인 순위를 정하고 있으나, 아직 일괄적으로 동물 전체의 지능을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이 동물의 IQ를 측정하기 위해 학습 능력, 문제 해결 능력, 기억력 테스트, 문화 전달 능력 등을 평가하는 수준이다.
학습 능력 테스트는 동물이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동물이 미로에서 최단 경로를 찾아낼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한다. 문제 해결 능력 테스트는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여 목적
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한다. 기억력 테스트는 숨겨진 먹이를 기억하고 찾아내는 능력을 살펴 동물의 기억력을 측정한다.
문화 전달 테스트는 특정 행동이나 기술을 습득한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관찰한 후 이를 따라 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의 지능 수준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동물 종류나 개체에 따라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동물의 IQ를 평가할 때는 동물 종류 및 개체 특성을 고려하여 적
합한 측정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IQ보다 중요한 것
2009년에 발표된 독일 괴테 대학교의 피사와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교의 아그릴로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묘는 숫자를 세거나 식별하는 능력이 반려견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한편, 2006년에 발표된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반려묘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밝혔다. 스스로 방문을 열고, 수도꼭지를 트는 고양이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려견은 더 사교적이고 주인을 기쁘게 하려고 하지만, 반려묘는 독립성이 강하고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성향 차이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지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려견과 반려묘는 각자 다른 환경과 요구에 적합한 지능을 발달시켜 왔기 때문에, 누가 더 IQ가 높은지를 가리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의 IQ 테스트 방법
반려견 IQ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심리학 교수 스탠리 코렌은 반려견 훈련사 199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품종별 반려견의 지능을 평가했다. 새 명령어를 얼마나 빨리 익히는지, 얼마나 명령을 잘 수행하는지, 재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품종별 지능 순위를 평가했다.
또 코렌 박사는 반려견의 지능이 보호자의 노력으로 발달할 수 있음을 밝혔으며, 반려견의 IQ 검사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단기 기억력, 장기 기억력, 명령어의 이해와 습득 속도, 새롭게 제시된 문제 해결 능력 등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여 점수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