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커피는 대사증후군 발병률을 낮출까

경희대 제유진 교수팀, “하루 두세 잔이 34% 낮춘다”
국내 10편 논문 중 “관련성 없다”도 5편이나 돼

한국헬스경제신문 한건수 기자 |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외 논문은 무척 많다. 그중에서도 커피와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유독 많은 편이다.

 

대체로 국내외에서는 커피는 대사증후군의 발병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그 반대 결과도 적지 않다. 또 한국인은 커피 소비 행태가 서양인과 달라 서양 학계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이경원 교수팀이 최근 11년(2012∼2022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 사업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국내 성인의 대사증후군과 식품’ 관련 연구논문 37편을 검색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연구자가 가장 많이 다룬 식품은 커피(10편)였다.

 

이중 커피가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논문의 수가 전체 10편 중 4편이었다. 하지만 커피 섭취와 대사증후군 발생이 특별한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논문 수도 5편이었다.

 

대사증후군은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남녀 3명 중 1명꼴로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혈압, 혈당, 허리둘레, 중성지방, 고밀도지단백 등 다섯 가지 중에서 3가지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대사증후군으로 분류된다.

 

가장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제유진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성인 여성이 블랙커피를 하루 2~3잔 정도 마시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34%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6∼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64세 성인 1만4631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와 대사증후군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제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를 커피 비섭취·하루 1잔 이하·하루 2∼3잔·하루 3잔 초과 등 네 그룹으로 분류한 뒤 그룹 간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여성이 블랙커피를 하루 3잔 이하 마시면 혈관 건강에 이로운 혈중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지고, 혈관 건강에 해로운 혈중 중성지방 수치는 낮아졌다. 그러나 남성에선 커피 소비와 대사증후군 간 이렇다 할 관련성이 없었다.

 

2019년 한국식품과학회 주관으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공개됐다.

 

신상아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2004~2013년 한국유전체역학조사(HEXA)에 참여한 40~69세 성인 13만420명(남 4만3682명·여 8만6738명)을 대상으로,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 대비 커피를 하루 1~4컵 이상 마시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남성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하루 2~3컵 마신 남성은 15%, 4컵 이상 마신 남성은 21% 감소했다. 여성에선 효과가 더 두드러져 하루 4컵 이상 마신 여성의 대사증후군 감소율은 30%에 달했다.

 

연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은 설탕·크리머가 든 커피(커피믹스)와 블랙커피가 대사증후군 감소 효과에서 이렇다 할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2019년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박진선 아주대 의대 교수가 발표한 ‘커피 소비와 대사 증후군’ 연구는 달랐다.

 

남성의 경우 프림을 첨가하거나 무첨가 커피 섭취자에서 일 2회 이상 커피 섭취가 대사증후군 발생의 위험도가 높았다. 여성은 일 1회 미만의 커피 섭취는 첨가물 유무와 상관없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도가 높았으나 일 1회 이상 섭취할 경우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2017년 신한대 식품조리과학부 배윤정 교수팀이 2012∼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64세 이하 성인 남녀 5872명(남 2253명, 여 3619명)의 블랙커피와 커피믹스 섭취 정도에 따른 건강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커피가 오히려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

 

배 교수팀은 설탕, 프림을 전혀 넣지 않은 봉지 블랙커피 섭취자와 커피, 설탕, 프림이 섞인 커피믹스 섭취자를 하루 섭취 횟수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 결과 하루 2잔 이상 커피믹스를 마시는 40∼64세 중년 남성은 블랙커피를 즐겨 마시는 중년 남성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39세 청년층에선 남녀 모두에서 어떤 커피를 마셨느냐에 따른 대사증후군 유병률 차이가 없었다. 이는 40∼64세 여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중년 남성에서 커피믹스를 많이 마실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커피믹스에 첨가된 분말크림 탓일 것으로 추정했다.

 

학계에서는 커피와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한국인 특성에 맞춰 보다 정밀하고 장기적인 추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