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고혈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우나 조용히 건강 을 갉아먹는 무서운 병이다. 혈압은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이 혈관벽에 가하는 압력으로, 이 압력이 계속해서 높을 때 고혈압이라 지칭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혈관은 근육, 장기 등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고혈압으로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 곳곳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피를 내보내야 하므로 심장의 근육이 비대해진다(간과하기 쉬운 사실이나 장기에도 근육이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심부전 등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하필 뇌의 혈관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중풍이라고도 부르는 뇌졸중이 그것이다.
신장에도 영향을 미쳐 만성 신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병이 그렇지만 고혈압도 마찬가지인데, 한번 발병하면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있다.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일차성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
고혈압은 크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차성(본태성) 고혈압과 다른 질병이나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일차성 고혈압은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부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라면 자녀 또한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노화도 원인 중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혈압 상승을 유발한다. 유전, 노화 등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생활 습관이다.
식단, 신체 활동, 수면, 스트레스 등의 인자가 고혈압 발병에 관계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면 고혈압 가족력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건강한 식단, 절주, 적정 체중 유지, 운동 등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축기 혈압이 약 4~5mmHg 낮아 건강 상태가 좋았다. 심지어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30%가량 낮았다.
생활 습관 개선과 고혈압 관리
생활 습관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식단의 경우 짠 음식이 주가 되는 것이 문제다. 체내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변화로 체내 수분량이 증가하므로 혈액량 또한 늘어난다. 이렇게 양이 많아진 피를 몸으로 보내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게 되어 혈압이 상승한다. 따라서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을 덜한 음식을 먹고, 외식을 줄이는 게 좋다.
밖에서 파는 음식은 대체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 요리할 때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식단을 따라 해보는 것도 좋은데,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이 그것이다. DASH 식단은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한 식이요법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개발하였다.
DASH 식단을 지키면 혈압이 평균 5~11mmHg까지 감소하며,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 라고 한다.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자. 가공식품은 대체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 소금 대신 레몬즙, 마늘, 후추 등 향신료를 넣으면 염분 섭취도 줄일 수 있고 풍미도 좋아진다.
간식으로는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먹으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DASH 식단을 지키면 다음의 효과가 있다. 나트륨 섭취가 감소하므로 혈압 상승을 예방하고, 칼륨, 칼슘, 마그네슘 섭취가 많아져 나트륨 배출 촉진 및 혈관 확장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섭취가 감소하므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 다. 실제로 DASH 식단을 2주 동안 실천한 사람들의 혈압이 평균 5.5mmHg 감소하였으며, 장기적으로 실천하면 수축기 혈압이 최대 11mmHg까지 감소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심장병, 뇌 졸중 위험도 2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고혈압에도 좋지 않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오르며, 지속적인 흡연은 혈관 벽을 상하게 만들어 만성 고혈압을 초래할 수 있다.
술은 마시는 즉시 혈압이 오르고, 과음을 반복하면 교감신경이 계속 활성화되므로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은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므로, 체중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혈압도 내려간다.
신체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되지만 혈압 조절 자체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주 5회 이상 30분씩 하면 혈압을 평 균 5~7mmHg 정도 낮출 수 있다.
근력 운동도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심코 놓치기 쉽지만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잠을 설친 후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대부분 느껴 보았을 것인데, 심장이 빨리 뛰면 혈관으로 배출되는 혈액의 양이 늘어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나이 지긋한 등장인물이 급격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은 후, 혈압이 올 라 목덜미(뒷목)를 잡는 묘사가 나오는데 일리가 있다. 마음챙김 명상, 산책, 독서 등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활동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혈관은 우리 몸의 수도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겨울철 수도관이 동파되면 얼마나 성가신가? 고혈압이 초래하는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가족력이 있더라도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예방과 조절이 가능하니,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꾸준히 실천해 보자.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