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건강칼럼> 정신건강의학도 스마트폰 치료시대

디지털 치료기기 전영역으로.. 정신건강분야도
환자 중심 치료에 큰 도움.. 불면증 치료 등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진영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용인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스마트폰이 정신건강 치료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에 대한 이야기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임상적으로 유효성이 입증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로 활용되는 스마트폰

오랫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비약물적 치료인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디지털 치료기기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는 기전이나 효과가 명확하고, 스마트폰으로 비교적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호, 2호로 2023년 허가받은 에임메드(AIMMED)의 ‘솜즈(Somzz)’와 웰트(WELT)의 ‘웰트아이(WELT-I)’도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다. 의사가 처방을 하면 환자는 집에서 이 앱을 활용해 수면 효율을 높여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위생 교육, 명상 이완 요법 등을 통해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의 발달
디지털 치료기기 생태계 조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은 미국이다.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약물 의존 치료기기인 ‘리셋(ReSET)’을 개발해 주목받았지만, 낮은 사용자 참여율과 보험사의 지불 문제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파산했다. 또 다른 초기 대표 주자로는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의 ‘인데버 알엑스(EndeavorRx)’가 있다. 이 제품은 게임처럼 재미 있게 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들의 집중력 훈련을 돕는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사실상 의료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반면 한국에서는 높은 정보통신 기술력을 기반으로 산학연병이 힘을 모아 디지털 치료기기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전문 학회 등과 협업하여 허가와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더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질병에 대응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임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와 의료계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환자 중심의 치료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정신건강 질환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의 경우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필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되어 있어,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이 더해지면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 초기에는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을 지속하지 않아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는 보험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환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경제 부담이 크고, 개발업체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업 모델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험과 신뢰가 부족하여 처방률이 높지 않은 것 역시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기존 의료 시스템과의 원활한 통합은 물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본질적인 역할은 의료의 디지털 전환과 환자 중심 치료의 실현에 있다. 기존의 치료 방식은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고, 의사와 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기기 생태계가 조성되면 병원 외부에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 환자 중심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는 의료 환경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작은 시작이지만, 큰 변화를 위한 기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