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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난소암 조기 검진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검사

조기진단 중요.. 증상 무시않고 검사 받기

 

한국헬스경제신문 |  박 현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여성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난소암은 왜 조기 진단이 중요할까
난소암은 여성 암 중에서도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난소암의 발병률이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보다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갱년기 이후에 주로 발병하지만 최근 30대 여성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초기 난소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 간혹 있어도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처럼 흔한 증상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주의해야 한다. 복부 팽만감 또는 불편함, 골반 통증, 식욕 저하, 빠른 포만감, 소변이 자주 마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작은 신호라고 무시하지 말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난소암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초기(1기) 난소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진행성(3~4기) 난소암은 40%로 급감한다. 이는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비교적 간단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이른 나이에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 관리가 필수이다.

난소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1. 증상을 무시하지 않기
작은 증상이라도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이 되면 꼭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증상을 기록해 두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2. 산부인과에서 검사받기
· 초음파 검사: 난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 검사이다.
· 난소암 표지자 검사: 혈액을 채취하여 CA-125나 ‘난소암 위험도 예측 알고리즘(Risk of Ovarian Malignancy Algorithm, ROMA)’ 등을 측정한다. CA-125는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로 이 수치가 높으면 난소암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생리, 자궁내막증, 다른 양성 질환 때도 수치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단독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ROMA는 CA-125 수치와 함께 분석하여 악성 난소 종양 가능성을 예측하는 계산법이다.

3. 유전자 검사 활용하기
난소암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만, 그중 일부는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다면, BRCA1,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 혹은 린치 증후군은 아닌지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난소암의 약 25%는 BRCA1, 여성 건강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전자들은 모두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DNA 손상이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쌓이게 되어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변이가 발견되면, 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 조치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린치 증후군은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혈연 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유전성 질환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DNA 복제 오류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게 만드는 유전자 이상 때문에 생기는데, 이 증후군이 있으면 난소암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예방적 수술이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난소암의 맞춤 치료제, PARP 억제제
DNA 복구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난소암의 경우, 오히려 이 약점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이를 ‘합성 치사(synthetic lethality)’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암세포가 이미 DNA 복구 기능을 상실한 상태일 때 추가로 DNA 복구를 방해하면 암세포가 스스로 죽게 되는 원리이다.


이 원리를 이용한 약이 바로 PARP 억제제(PARP inhibitor)이다. PARP는 우리 세포 안에 있는 효소 단백질의 일종으로,
DNA가 손상되었을 때 이를 인식하고 수리 과정에 관여한다. 따라서 PARP 억제제를 쓰면 암세포가 더 이상 DAN를 고치지 못해 결국 사멸하고 만다.


최근에는 BRCA 유전자를 지엽적으로 관찰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DNA가 어느 정도 손상되어 있는지 평가하는 HRD(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HRD란 세포가 손상된 DNA를 정상적으로 복구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암세포가 DNA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즉 HRD가 있는 난소암은 BRCA 변이가 없어도 PARP 억제제에 잘 반응하므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치료가 가능하다. 또 난소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HRD 양성이기 때문에, BRCA 변이가 없더라도 HRD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도 움이 된다.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관심과 예방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몸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가 발달해 있으므로 미리 맞춤형 전략을 세워 보기 바란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