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헬스경제신문 | 이은직 하나로의료재단 호르몬건강클릭닉 원장, 내분비내과
갑상선은 임신의 전 과정, 즉 배란, 착상, 배아 발달뿐 아니라 태아의 뇌, 신경계, 뼈의 형성과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갑상선 기능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임신 중 갑상선의 변화
임신하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량이 약 50% 증가한다. 이는 임신 초기 태아의 갑상선이 생성되기 전, 중요 기관 발달을 돕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시기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다면 유산, 사산, 저체중아 출산,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에게 갑상선이 형성되어 위험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임신 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 기준과 검사 항목
갑상선 기능은 혈청 내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유리 티록신(free T4) 수치로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TSH가 증가하고 free T4가 감소하면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혈액 검사 수치에서 명확하게 이상이 확인된 갑상선 질환)으로 분류한다. 반면에 TSH만 증가하고 free T4가 정상일 경우에는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분류한다.
임신 시에는 정상 기준이 달라지는데, 대한갑상선학회는 임신 중 TSH 상한선을 4.0mIU/L로 제한했다. 또한 자가면역 갑상선염과 관련이 있는 과산화효소(TPO) 항체가 양성인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증위험이 높아지므로 TSH가 2.5mIU/L 이상인 임신부는 반드시 TPO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태아의 신경 발달과 임신 유지에 중요한 갑상선 호르몬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치료와 관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주로 갑상선 호르몬제로 치료하며, 이는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오히려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증상이어도 TPO 항체가 양성이고 TSH가 4.0mIU/L을 넘는 임신부는 갑상선 호르몬제인 티록신(LT4) 치료를 권고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거나 위험이 높은 임신부는 임신 중반기까지 4주마다 TSH 검사를 받고 임신 30주경에 한 차례 더 검사해야 한다.
•임신 중 갑상선 호르몬제(LT4) 복용 유의 사항
이미 LT4를 복용 중인 경우, 임신 전 의사와 상담하여 복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임신 시에는 호르몬 필요량이 늘어나므로 일반적으로 LT4 복용량을 25~30% 증량한다. 출산 후에는 다시 임신 전 용량으로 줄인다.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임신 중 처음 LT4 복용을 시작했다면, 출산 후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산후 6주 후에는 갑상선 기능 검사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임신 중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과 검사 항목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의 증가로 일시적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초기 TSH가 0.1 mIU/L 이하라면 진료와 함께 free T4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또한 임신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을 구분하기 위해 갑상선자극항체(TRAb) 검사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임신 중 항갑상선제 복용 유의 사항
항갑상선제 복용 중 임신이 확인되면 즉시 담당 의사와 치료 계획을 상의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복용하는 항갑상선제 용량이 적고 재발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 약물을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임신 확인과 동시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항갑상선제 치료가 필요하다면, 임신 초기에는 항갑상선제인 안티로이드(PTU, Propylthiouracil)를 선택한다.
치료 중에는 2~6주 간격으로 free T4와 TSH를 검사하고, 임신 18~22주 사이 TRAb 측정이 중요하다. 항체가 높으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갑상선 기능 항진증 위험이 증가한다. 이 경우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출산 후 발생할 수 있는 갑상선 기능 이상
•진단과 검사 항목
임신 중 억제되었던 면역력이 출산 후에 회복되며 산후 갑상선염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 중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던 그레이브스병이 출산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TPO 항체가 양성인 경우 산후 갑상선염 발생률이 높다.
산후 갑상선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항진증기(출산 후 2~6개월)와 저하기(출산 후 3~12개월)를 거쳐서 회복된다. 갑상선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므로 이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4~12주 간격으로 TSH와 free T4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산후 갑상선염 환자의 10~50% 정도는 영구적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주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동반된 경우이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로 갑상선 이상이 흔히 나타난다. 다행히 요즘은 대부분의 임신부가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고 있어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서는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기존 갑상선 질환이 있다면 임신 전부터 출산까지 전문의와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 이 기고는 대한보건협회 <더행복한 건강생활>과 함께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