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헬스경제신문 김혁 기자 |
암환자가 흡연을 중단하면 계속 흡연하는 환자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노인이 돼서 뒤늦게 금연을 시작해도 일반적인 금연 효과가 있을까. 이미 장기간 흡연으로 몸은 망가졌을 텐데 60세가 넘어서 담배를 끊는다고 좋아질 수 있을까?
금연 여부로 고민하면서 이런 의문을 갖는 흡연자들이 많다.
결론은 이렇다. 많은 연구 결과, ‘지금 당장’ 금연하는 것이 생존율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신 연구 결과는? 암환자 또는 노년이어도 금연 효과 분명하게 나타나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리슈윈 천 교수팀은 최근 전미종합암네트워크 저널에서 암센터 외래진료 환자 1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6개월 내 금연 여부와 2년 내 사망의 관계를 분석,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 3기 또는 4기에 금연하는 암 환자는 계속 담배를 피우는 환자보다 생존 기간이 평균 330일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이 많이 진행된 환자일수록 금연의 이익이 더 커져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암 치료가 시작된 후라도 금연은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암에 걸린 후 2년 이내 사망자는 금연 그룹 75명(19.7%), 흡연 그룹 347명(25.8%)이었다.
모든 암 유형과 병기를 통합해 분석 결과 첫 진료 후 2년이 지난 시점의 생존율은 흡연 그룹 74.7%, 금연 그룹 85.1%로, 금연할 경우 생존 확률이 10.4%포인트 높았다. 생존율 개선 효과는 1~2기 환자보다 3~4기 환자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3기와 4기 환자가 생존율 85%에 도달한 시점은 흡연 그룹의 경우 첫 진료 후 210일째였으나 금연 그룹은 540일째였다.
이는 3기 또는 4기 암 환자 중 흡연을 계속한 사람은 85%가 첫 진료 후 210일을 살지만, 금연한 사람의 85%는 540일까지 생존, 거의 1년 가까이 더 사는 셈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리슈윈 천 교수는 “암 진단 시점은 환자가 건강 행태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의 순간이며, 이때의 금연 처방은 항암제 처방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 진단 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면 심근경색 위험이 최대 64%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최근에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가정의학과 신동욱·조인영 교수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이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서포티브 케어 인 캔서’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암 진단 전후로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 26만9천917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암 진단 후에도 계속 흡연한 그룹은 암 진단 전부터 쭉 흡연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64%, 허혈성 뇌졸중 발병 위험은 6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후 금연한 그룹은 진단 전부터 흡연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과 허혈성 뇌졸중 발병 위험이 각각 22% 높았다. 계속 흡연했을 때와 비교하면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노년에도 왜 금연이 생존율을 높일까?
전문가들은 암 환자가 담배를 끊었을 때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담배의 유해 물질은 항암제의 대사 과정을 방해하는데 금연하면 약물 흡수율이 좋아져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흡연은 수술 후 상처 회복을 더디게 하고 방사선 치료 시 조직 손상을 심화시킨다. 금연은 이러한 부작용을 줄여 환자가 치료 과정을 끝까지 버틸 수 있게 돕는다.
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다른 종류의 암(이차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금연은 새로운 암이 생겨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전문가들은 “암 진단 후, 또는 노년기 금연은 치료만큼 중요한 의학적 개입”이라고 말한다.
아시아 70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금연 후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사망 위험이 꾸준히 감소하는 ‘시간 의존 효과’가 확인됐다. 즉, 늦게 끊더라도 오래 끊을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인을 포함한 200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금연 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암 발생 위험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으며, 나이가 많은 뒤에 금연을 시작한 경우에도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금연은 어느 나이에 시작하든 암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여러 연구에서 금연의 이점은 연령과 관계없이 나타났으며, 비록 젊을 때 금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늦게라도 담배를 끊으면 조기 사망 위험과 질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많은 환자가 “이미 암에 걸렸는데 끊어서 뭐하나”라는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금연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했을 때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된다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암 환자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 치료’의 일부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금연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진단 후 즉시 담배를 끊는 것은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 환자나 노인에게 금연은 단순한 생활 습관 개선이 아니라 치료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