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쑤시고 결리고..통증(痛症) 참는다고 될까

한국헬스경제신문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우리는 흔히 “아파서 병원에 간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여기서 ‘아프다’라는 것, 즉 통증은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50% 이상, 일차 의료 기관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30% 이상이 호소하는 증상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실제로 병원에 가게 되는 주된 이유라고 한다. 오늘은 이러한 통증에 대하여 알아본다.

 

통증의 정의를 의학적으로 말한다면 통증은 손상을 유발할 수 있거나 특정 강도 이상의 자극에 의하여 유발되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국제통증연구학회에서 발표한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실제로 존재하거나 혹은 잠재적으로 신체 조직의 손상이나 피해, 악영향과 관련되는 감각, 감정적 경험’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통증을 느낄 때 이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병원 등을 찾게 된다. 하지만 통증은 원인과 종류에 따라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것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 쉽게 해소할 수 있거나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아직 의학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통증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통증은 매우 다양한 특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통증과 관련된 신체 부위나 통증을 유발하는 기관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통증의 지속 시간이나 지속 양상, 원인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신경과학에서는 통증의 유발 요인에 따라서 통증 수용체가 직접 자극되어 나타나는 체성 통증과 조직 손상이나 면역 세포들에 의해 유발되는 염증성 통증, 신경계의 손상이나 기능 이상 때문에 나타나는 병적 통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지속 시간에 따라서 급성 통증, 만성 통증으로도 나눌 수 있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사라지거나 손상, 병적인 원인이 없어지면 일반적으로 통증 또한 사라진다.

 

그러나 염증이나 악성 종양 혹은 신경계 이상으로 통증 수용체가 계속해서 자극되는 경우 만성통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대략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말한다. 특별한 자극 없이 통증이 유발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통증을 정신적 통증이라고 한다. 신체화 장애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정신적·감정적 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부럽고 약이 오르는 정신적 요인으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특별한 신체적 원인은 없지만 우울이나 불안 장애, 정신적 상황에 따라 통증이 동반되고, 통증의 양상이 변화한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왜 사람은 통증을 느끼는 걸까

 

통증은 괴롭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통증 때문에 사람은 다칠지도 모르는 상황을 피하게 되고, 치유 과정에서 좀 더 조심하게 되며, 미래에도 비슷한 경험을 피하도록 동기 부여가 된다. 이는 진화적으로 동물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이었고, 연구 결과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기대 수명이 낮아진다고 한다. 통증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감각 기관의 이상으로 아예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척수 손상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몸 끝부분, 즉 손이나 발의 감각이 저하되어 다쳐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위험할 수 있다. 발의 상처가 나도 잘 몰라서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고, 또 혈액 순환이나 면역 기능도 동시에 떨어져 상처가 점점 악화하여 괴사하거나 잘라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또한 통증은 여러 가지 질병의 신호로서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장기의 이상은 통증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운동할 때 자꾸 가슴이 조이듯이 아픈 경우 심장을 둘러싼 관상 동맥에 문제가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통증은 정신적으로 주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기억이나 수행에 관련된 작업 기억을 방해하며, 감정을 예민하게 하는 등 일상생활을 방해한다. 우울이나 불안,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통증 자체가 또 다른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통증은 어떻게 느껴지게 되는 것일까

 

17세기 이후 통증이 신경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재와 비슷한 이론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 피부에 있는 신경 말단이 자극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통증을 느끼는 신경 말단은 부위에 따라 그 밀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피부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론은 ‘관문 조절 이론’이다.

 

피부 쪽의 신경 말단에는 만지거나 누르는 것, 진동 등을 느끼는 두꺼운 신경과 통증을 느끼는 가는 신경 섬유가 있는데 손상된 부위에서 두 신경 섬유의 신호가 척수 신경으로 도달하게 되고, 도달된 자극들의 상호 작용에 따라 척수에서 뇌로 전달되는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는 이론이다. 신경 섬유의 두께에 따라서 통증의 종류도 다른데, 두꺼운 신경 섬유는 통증 전달 속도가 더 빠르고 날카로운 통증을 전달한다. 반면에 가는 신경 섬유는 전달 속도가 느리고, 주로 눌리거나 화상 등에 의한 둔한 통증을 전달한다. 이렇게 척수에 모인 통증 자극은 간뇌에 있는 시상으로 전달되고 주변의 뇌 영역으로 확산된다.

 

통증의 종류에 따라서도 유발 기전이 조금씩 다르다. 체성 통증은 신경 말단이 자극되어 발생하는데 뜨겁거나 차가운 자극, 부딪혀 깨지거나 찢어지는 자극, 상처에 소독약이 닿는 것 같은 화학적 자극 등이 원인이 된다. 이 중에도 내장의 통증 같은 경우는 내장이 당겨지거나 늘어졌을 때, 산소가 부족하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 통증이 유발된다. 그러므로 통증이 유발된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짚어내기 어려운 경우가많고 실제 원인이 되는 곳과 다른 부위가 아프기도 하다.

 

급성 충수염의 경우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염증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배꼽 주변이나 되려 왼쪽 아랫배가 아프기도 하다. 신경성 통증은 신경 계통의 손상으로 발생하는데 타는 듯한 느낌, 저리거나 쑤시는 느낌, 전기가 통하는 느낌, 콕콕 찌르는 느낌 등으로 표현된다. 팔꿈치를 잘못 부딪쳤을 때 갑자기 손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거 같은 통증이다. 유발 부위가 없이 통증을 느끼는 건 ‘환상통’이라고 한다. 신경성 통증의 하나로 전쟁 등으로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없어진 부위에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특히 팔을 절단한 환자의 경우 80% 이상이 이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절단 후 6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도 절반 이상이 아직 팔이 있는 것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할까

 

통증은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점도 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방해한다. 특히 암 환자를 비롯하여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통증의 조절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진통제가 개발되고 있고, 먹는 약뿐 아니라 붙이거나 몸 안에 삽입하는 형태까지 연구 중이다. 또한 신경 자체를 차단하거나 통증 관련 신경을 마비시켜 통증이 중추 신경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심리적·정신적 요인도 중요한데 사회적 지지 체계를 확립하거나 수면 장애의 해결, 우울증 치료, 취미 생활, 운동 등을 통해서도 만성적인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느껴지는 통증의 크기와 불쾌감은 단순히 통증 자극의 세기만으로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추 신경에서 인지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어떠한 크기의 통증과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게임이나 운동, 즐거운 어떤 일에 몰두하는 동안에 통증을 잘 느끼지 않게 되고, 실제 진통제가 아닌 가짜 약을 써서 통증이 조절되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줄어들 수 있다. 통증을 조절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아직도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기고/기사는 대한보건협회와 함께 제공됩니다.